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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갱년기요? 큐한번 잡아보세요~!!
"빠악. 패앵~"
격렬한 회전을 먹은 흰공이 엿가락처럼 휘더니 한쪽 구석에 숨어 있던 8번 공을 순식간에 포켓에 몰아넣는다. 덜컹. 놀란 주위사람들이 웅성거린다. 게임끝.
그러나 뒷모습이 어딘지 낯설다. 날렵하게 뻗은 큐로 기가 막힌 샷을 성공시킨 주인공은 놀랍게도 여성이다. 올해 구력8년째인 장민화씨(49). 미국의 스포츠전문방송 ESPN에서 세계에서 가장 섹시한 여성으로 꼽은 ' 흑거미' 쟈넷리처럼 검은 조끼를 걸친 채 웃는 모습이 심상치않다.

머리를 긁적이며 아직 패배를 믿어지지 않는 듯 황당한 표정을 짓고 있는 상 대는 남편 변계식씨(52)씨다. 부부가 당구를 즐기는 것도 흔치 않은 풍경일텐데 거기에다 전문 허슬러 (전문적인 내기 당구꾼)들이나 해낼 법한 예술구를 눈깜짝않고 완벽하게 구사해 낸다. 변씨부부는 짬이 날 때 마다 당구장을 찾는다. 독특하게도 변씨부부는 당구가 취미이자 생활이다. 1시간 남짓 게임을 즐기며 사랑을 얘기하고 힘겨운 서로의 고민들을 터 놓다 보면 어느새 스트레스가 훌훌 사라진다. 한술 더 떠 당구공의 키스 숫자만큼 사랑이 늘어난다고 털어놓는다. 그러니 다소 보수적인 편인 남편 변씨도 이제는 여성 허슬러 아내를 자랑처럼 떠들고 다닌다. 아니 변씨가 경영하는 회사의 직원들은 아내와 한판씩 진검승부를 겨뤄야 하는게 통과의례처럼 돼 버렸다. "사실 초기에는 남편 몰래 시작했죠. 우리 나이 때가 다 그렇듯 보수적인 편이거든요. 그러나 처녀출전한 월간당구대회에서 우승트로피를 따버렸죠. 그날 밤에 바로 현금다발을 꺼내놓더니 기분좋게 한마디 하더군요 . 큐대 멋진 걸로 하나 사!" 그 뒤 장씨는 여성스러운 매력의 포켓볼에 눈을 돌렸다. 그렇다고 그녀의 4구실력을 만만히 볼 것도 아니다. 지금도 세리볼(모아 치기)로 20~30점은 너끈히 올리는 고수중의 고수다. 한때 큰소리치던 남편도 이제는 기가 질렸다. 변씨는 아마추어 실력으로 200점. 물론 200점을 놓은지만 10여년이 지나 친구들 사이에서도 '짠'축에 든다. 그러나 아내 앞에만 서면 너무도 작아지니. 번번히 기를 쓰고 도전하지만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두손 두발 다 들었다고 한다. 사실 장씨는 프로 포켓볼러 이전에 스포츠댄스 강사와 에어로빅 강사자격증까지 따낸 만능 스포츠우먼이기도 하다. 볼링 수영 헬쓰등은 기본이다. 거의 모든 운동을 해봤기에 장씨의 당구예찬론은 좀더 각별하다. "남편과 함께 할만한 운동이 없더라고요. 볼링을 고려했지만 40대가 지나면서 관절쪽에 통증이 와 다소 무리가 있었죠. 당구는 그야말로 함께 즐길 수 있는 가족스포츠인 셈이죠" 변씨부부는 부부모임 때면 더욱 부러움의 대상이다. 콘도로 놀러가서도 저녁 때면 고스톱 대신 으레 당구장을 찾는다. 현재 대학교 3학년인 딸까지 가세해 불꽃튀는 3파전의 진풍경이 펼쳐진다. 부러움과 흥미로움의 시선도 함께 쏟아진다. 변씨부부에게 갱년기는 남얘기다. 50대 부부의 가장 큰 적이 갱년기. 땅속으로 몸이 푹 꺼져가고 매사에 흥미를 잃게 되기 일쑤다. 그러나 푸른 바닥의 당구대를 보며 생활의 스트레스를 풀고 활력을 되찾으니 갱년기가 찾아들 겨를이 없다. 집안의 맞이에다 남편이 장남이라 시댁맞이 역할까지 도맡아 하는 아내 장씨지만 큐대만 잡으면 무념무상 모든걸 잊는다. 서로 화낼 일이 없으니 자연히 부부싸움도 사라졌다. 당구로 건강과 활기도 되찾았다.

10m가 좀 넘는 당구대 주위를 꼬박 1 시간 남짓 걸으니 1㎞의 걷기 효과를 볼 수 있다. 무게를 잡고 걸으며 머릿속으로는 당점과 앵글을 쉴새없이 생각해야 하므로 치매예방에도 더 없이 좋다는 게 변씨부부의 입을 모은다. 골프 매니아이기도 한 남편 변씨가 아내 장씨에게 사준 고급 큐대 숫자 만 어느덧 열손가락을 넘어섰다. 당구의 참맛을 알게해 준 아내를 드러내 놓고 자랑 하자니 '팔불출'같은 느낌이 들어 남들 시선을 피해 사랑의 물량공세를 펼친 것. 이로 인해 저녁무렵 변씨부부 집에서는 또하나의 이색적인 풍경을 엿볼 수 있다.

한쪽에서는 남편이 골프채를 손질하면서 사랑스런 눈길을 아내를 바라보고 다른 쪽의 아내는 당구큐대를 연신 닦아내며 남편을 보고 웃음짓는 모습이다. 깊은 밤길 으쓱한 거리를 걷다 유달리 시선을 잡아끄는 불빛이 새어나오면 변씨부부는 요즘도 묘한 시선으로 눈길을 마주친다. "몸이나 풀어볼까"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성큼성큼 당구장 계단을 오른다. <>당구를 배우려면<> 당구는 2002년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국민스포츠로 발전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도 가입돼 있어 조만간 올림픽 정식종목 채택을 눈앞에 두고 있다. 국내 유일한 교육기관은 서울 서초동의 한국 당구아 카데미. 올바른 당구 교육만을 목표로 철저히 교육생들의 멤버십을 중심 으로 운영되는 전문 교육기관이다. 따라서 일반인들은 따로 돈을 주고 게임을 즐길 수는 없다. 4구반 포켓반 3쿠션반 스누커반 예술구반등 전 당구 전분야의 기술을 배울 수 있고 여성은 물론 노인들도 자유롭게 당구를 즐길 수 있다. 빌리아드 우먼클럽이라는 여성당구 동호인회도 운영하고 있다. 매월 마지막주 일요일 친선대회를 통해 실력을 키우고 친목을 도모한다. 현재까지 2만여명의 회원을 가입돼 있으며 60여명의 선수와 50명이 넘는 지도자를 배출했다. 별도의 옷이나 장비는 필요없다. 수강료는 한달에 18만원이다.

- 매일경제 신문(1월24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