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게시판 > 언론기사
 
 
[한국일보] 한 큐에 나이를 잊는다. '노인 포켓볼'
집중력 늘어 치매예방 노인들 위한 레포츠로 확산

“형님, 지금 뭐 들어갔소?” “나? 응. 띠없는 것.” “아유 참 이쁘게도 넣으셨네.”

고개를 돌려보니 당구장 한 구석에 백발이 희끗한 할머니들의 깔깔거림이 그치지 않는다. 쿠션을 이용하는 ‘캐럼과’ 당구게임(4구, 3쿠션 등)에 능숙하지 못한 여대생들과 주부들로부터 5~6년전부터 호응을 얻었던 포켓볼이 노인들을 위한 건전한 생활스포츠로 확산되고 있다.

한 번의 큐에 서너 개의 공을 척척 포켓에 집어넣는 김유양(64ㆍ서울 송파구잠실동) 할머니는 구력 4년을 자랑한다. 엿?친구들과 다니던 구(區) 노인복지관에서 프로 포켓볼 선수들의 시범을 구경한 것이 포켓볼을 시작한 계기.

무작정 치는 것만은 안되겠다는 생각에 강습도 받았다. 브리지(손가락 모양 만드는 것)와 기본 스트로크 연습을 하루에 300번씩 시킬 때는어깨와 손가락이 아파 며칠 쉬기도 했지만 한 달이 지나니 공이 가는 길이 조금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탁구와 스포츠 댄스, 에버리지 120의 볼링 실력도 자랑하는 김할머니는 “운동량이 많지 않지만 공을 칠 때 정신을 집중하고, 공을 치고 난 후 각 공들의 포지션을 생각해야 하기때문에 집중력이 느는것 같다”고 자랑한다.

가끔씩은 당구장을 찾아 자신의 실력에 놀라는 젊은 사람들과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하며 함께 게임을 즐길 정도. 김할머니의 목표는 올해 안에 꼭 퍼펙트게임(한번의 큐로 15개의 공을 모두 포켓에 집어넣는 것)을 해보는 것.

“‘젊은’ 김씨 실력을 못당하겠다”는 문삼례(80ㆍ서울 강동구 명일동) 할머니도 “힘이 크게 안드는 데다 잡념도 사라지고 머리를 많이 써야해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고 김할머니를 거든다.

포켓볼에서 사용하는 공의 지름은 57.1㎜, 무게 170g으로 지름이 65㎜가 넘는 4구 당구공에 비해 훨씬 작고 가벼워 무리하게 관절을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또 고급 기술을 구사해야 하는 4구와 달리 좌우 당점(撞點)만 잘 지정하면 돼 배우기가 쉽다. 1년이면 중급의 수준에 올라갈 수 있을 정도.

최근들어 각 구청의 복지관이나 서울 근교의 실버타운에는 포켓볼 테이블이 설치된 곳이 많아 이를 자주 이용하는 노년층의 포켓볼 열기가 확산되는 추세. 한국 당구아카데미의 손형복 원장은 1,500만명으로 추산되는 당구 인구중 포켓볼을 즐기는 60세 이상 노년층이 전체의 5%정도는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중 절반 가량이 여성이라는 추산이다. 올 11월에는 60세 이상의노인이 참가할 수 있는 동호인 대회도 개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