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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밀고 당기고…딱! 당구 즐기는 여성들

지난 주말 서울 서초동 한국당구아카데미. 수많은 당구대 사이로 젊은 여성들의 떠들썩한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학교에서 수업을 마치고 삼삼오오 모인 이들은 우먼클럽 여대생 회원들. 반갑게 서로의 안부를 묻고 나더니 어느새 큐를 만지작거리며 몸을 푼다. 사구와 포켓볼을 치는가 하면 웬만한 남자들도 어려워하는 스리쿠션까지 당당히 쳐낸다. 여성들이 겨울 레저스포츠로 당구를 즐기는 현장에서 인기를 끄는 이유를 들어봤다.

“다리를 어깨 넓이로 벌리고 큐는 허리에 붙이지 마세요. 당구는 폼이 반입니다. 당구깨나 친다는 남자들도 폼을 보면 엉망이에요.”

장민화 우먼클럽 회장(50)은 신입회원 강하나(29·대학원생)씨에게 기본 자세를 설명한다. 강씨는 3시간째 공 한번 못 쳐봤는데도 수능을 치르는 수험생처럼 진지하게 귀담아 듣는다.

“남자 친구들과 당구장에 가면 소외받는 느낌이에요. 큐를 들고 한쪽에 서 있어도 다들 저리가라며 끼워주지 않거든요. 나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강씨는 남자들의 콧대를 꺾겠다는 각오로 우먼클럽에 주저없이 가입했다.

장회장 역시 “대부분의 여성들이 기회가 없었을 뿐이지 배우고 나면 정말 좋아한다”며 “남성들과 대등하게 경기를 펼칠 수 있는 몇 안되는 스포츠이면서도 여성들의 섬세함이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는 종목”이라고 한몫 거든다.

당구의 장점은 간편하게 즐길 수 있고,입고 싶은 옷을 마음대로 입을 수 있다는 점이다. 장비를 구입하고 부대시설을 이용하느라 비용을 많이 쓰고 칙칙한 복장으로 자신의 스타일을 구길 필요가 없다.

그러나 무엇보다 여대생들을 유혹하는 당구의 진짜 매력은 다른 곳에 있다. 최근 입문한 김지윤(20·이화여대)씨는 “실내에서 하는 운동이라 기미 생길 염려도 없고 다칠 걱정도 없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며 당구 예찬을 늘어놓는다. 장민화 회장은 “가랑비에 옷 젖듯이 자신도 모르게 체력이 좋아지고 집중력이 향상되는 점도 장점”이라고 설명한다.

우먼클럽에 혈기왕성한 여대생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중학교에 다니는 학생을 둔 가정주부를 비롯해 머리가 희끗희끗한 할머니도 큐를 들고 멋진 포즈를 연출한다. 한 중년 여성회원은 “평소에 나를 무시했던 우리집 아이들이 당구를 같이 쳐 이기자 정말 놀라워하며 공손해졌다”고 말했다.

당구 수업은 사구 포켓볼 스리쿠션 스누커반 등 다양하지만 입문하면 사구부터 배운다. 당구의 기본을 배우는 종목이 사구이기 때문. 장회장은 “공의 길을 알아가는 게 사구다. 포켓볼은 길을 알고 난 뒤 숨을 가다듬으며 친다”고 말했다. 예전에 포켓볼에 열광했던 여대생들도 최근에는 사구의 매력에 푹 빠져 있다. 보통 사구를 평균 3개월 배우면 150∼200점 정도 치는 게 일반적. 사구를 어느 정도 배우고 난 여성들은 포켓볼과 스리쿠션에도 도전한다.

강하나씨는 “프로수준은 아니어도 남자친구들을 휘어잡을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서고 싶다”는 목표를 제시하기도 했다.(02-598-3877)

스포츠투데이/박신보 tipop@stoo.com